“나는 내 인생을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남이 정해준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20세기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이 질문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의 문제 상황

“부모님은 의대에 가라고 하시는데,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 사실 예전부터 코딩도 해보고 게임 기획도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거든. 근데 부모님이 반대하시고, 선생님도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지’라고 하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나, 부모님 말을 따라야 하나? 나중에 후회할까봐 너무 무서워.”
이 갈등은 단순한 진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사르트르가 평생 탐구했던 자유, 선택, 책임의 근본 문제입니다.

사르트르는 누구일까?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프랑스의 철학자, 소설가, 극작가예요. 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현대 실존주의(Existentialism)를 완성했습니다.
사르트르 자신도 극적인 삶을 살았어요:
- 평생 동반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와 전통적 결혼을 거부하고 “개방적 관계”를 유지했어요.
- 196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노벨상을 거부한 철학자가 됐어요. “어떤 기관도 나에게 레이블을 붙일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어요.
-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고, 전후에는 식민지 해방 운동을 지지했어요.
- 말년에는 거의 실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활동을 멈추지 않았어요.

사르트르의 핵심 명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L’existence précède l’essence.”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본질(essence)”과 “실존(existence)”이 뭔지 알아야 해요.
사물의 경우: 본질이 먼저
칼(knife)을 예로 들어볼게요. 칼은 누군가가 설계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먼저 “무언가를 자르기 위한 도구”라는 개념(본질)이 있고, 그 다음에 실제 칼(실존)이 만들어져요. 즉 칼에게는 본질이 실존보다 먼저예요.
인간의 경우: 실존이 먼저
하지만 인간은 달라요.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아무도 “이 아이는 의사가 될 것이다” 또는 “게임 개발자가 될 것이다”라고 정해놓지 않았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이것이 사르트르의 핵심이에요: 인간에게는 미리 정해진 “운명”이나 “본성”이 없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다.
자유와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L’homme est condamné à être libre.”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 사르트르
이 말이 왜 “저주”일까요? 그것은 자유가 무겁기 때문이에요.
사르트르는 말해요: 우리가 선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에요. 부모님 말을 따르는 것도 선택이고, 거부하는 것도 선택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어요.
이것이 자유롭다는 것의 무게예요. “내가 선택했으니,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기기만(Bad Faith) — “어쩔 수 없었어”의 함정
사르트르는 자기기만(mauvaise foi, 모베 푸아)이라는 개념을 설명했어요. 이것은 자신의 자유와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에요.
자기기만의 전형적인 예시:
- “부모님이 시켜서 의대에 갔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것은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부모님의 말을 따르기로 선택한 거예요.
- “어차피 게임 개발자는 돈을 못 벌어서 선택할 수 없었어.” → 이것도 자기기만이에요. 불확실성 때문에 선택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에요.
- “나는 이런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어.” → 사르트르는 말해요: 어떤 고정된 “나”는 없어요. 나는 끊임없이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 존재예요.
진짜 선택을 하는 법
1. 나의 선택인지 확인하기
지금 내가 하려는 선택이 진짜 내 선택인지 확인해보세요:
- “내가 이 선택을 하는 이유가 뭐야?”
- “부모님의 기대가 없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 “10년 뒤의 나는 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 선택의 책임 받아들이기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한다면 → 그 선택의 결과(성공, 실패, 어려움)를 내가 감당해야 해요. 의대의 길을 선택한다면 → 그 선택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쪽이든, 책임을 남에게 돌릴 수 없어요.
3. “후회”를 다르게 생각하기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의 가능성은 있어요. 게임 개발자의 길이 힘들면 “의대를 갔으면…” 할 수 있고, 의대에 갔는데 흥미가 없으면 “게임 개발을 했으면…” 할 수 있죠.
중요한 건 어떤 후회가 더 견딜 만한가예요. “내가 원하는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회” vs “남의 기대를 따랐다가 내 꿈을 못 펼친 후회” — 어느 쪽이 당신에게 더 견딜 만할까요?
4. 부모님과의 대화 — 사르트르식으로
사르트르라면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라고 했을 거예요: 감정적으로 “나는 게임이 좋아요!”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는 것이에요.
예시: “저는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어서 지난 X개월 동안 코딩과 게임 기획을 공부해봤어요. 이 분야가 저에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안정성에 대해서도 제가 조사한 데이터를 보여드릴게요.”
사르트르가 말하는 진정성(Authenticity)
사르트르는 진정성(authenticité) 있게 사는 것이 인간의 목표라고 했어요. 진정성이란:
- 자신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
- 선택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 것
-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미리 닫지 않는 것
반대로 자기기만 속에 사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외면하는 것이에요. 겉으로는 편해 보일 수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계속 공허함이 쌓여요.
실존주의가 주는 위로
사르트르의 철학은 무겁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위로이기도 해요:
-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 지금 이 순간부터 다르게 선택할 수 있어요.
- 과거의 선택이 나를 규정하지 않아요. 나는 매 순간 새롭게 선택하고 있어요.
-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예요. 아직 내 인생의 어떤 선택도 확정되지 않았어요.
오늘의 실천 방법
나의 선택 지도 그리기
- 지금 가장 고민되는 선택 하나를 써보기
- 각 선택지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 나누기
- 각 선택지에서 “5년 뒤 나는 어디 있을까?” 상상해서 써보기
- 어느 쪽이 “진짜 나”에 가까운 선택인지 솔직하게 적기
이 과정 자체가 사르트르가 말하는 “진정성 있는 선택”의 시작이에요.
오늘의 정리
| 자기기만 | 진정성(사르트르) |
|---|---|
| “부모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어” | “부모님 말을 따르기로 내가 선택한 거야” |
| “어차피 안 될 거야” | “모르잖아, 시도해봐야 알지” |
|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 “나는 매 순간 내 선택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자.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고, 그 결과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더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다.” — 사르트르의 마음으로